노인놀이기구는 ▲근력운동보다는 균형과 유연성 운동 ▲관절의 운동성을 확보해 일상생활 영위에 도움이 되는 기구 ▲노인의 안전을 확보하고, 기구 활용이 가능한 구성이 특징이다. 사진=lappset.com

우리나라도 5년 후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만큼 ‘노인놀이터’가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인놀이터란 노인의 특성에 맞춘 운동기구와 휴식도구, 여가문화 프로그램을 적용한 공간으로, 노인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복지공간이다.

노인놀이터는 독일에서 2006년 첫선을 보인 이래 영국(2010년) 등 유럽 일부 도시들이 자체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노인놀이터가 노인들의 적극적인 생활체육 활동기회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경로당이나 복지관보다 더 접근성이 쉽고 편리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강조된다.

일상생활 영위에 필수적인 움직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사)재미있는재단이 주최하고 국회의원 김부겸·전현희·김성식 의원이 주관한 ‘시니어콘텐츠포럼’에서 ‘유럽형 노인놀이터 도입방안’이 주제로 나왔다.

노인놀이터의 놀이기구는 일반적으로 근력 증진이나 다이어트와 같은 목적이 아니라, 노인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움직임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그늘, 벤치, 탁자 등 휴식 공간을 마련해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노인들에게 작은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이점도 있다.

특히 노인만 이용하는 놀이터가 아니라 손자손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른바 ‘멀티제네레이션’(multigeneration)을 고려한 구성방안이 제시됐다.

주최 측은 “유럽형 놀이터를 벤치마킹하되 한국 노인의 습관이나 체형을 고려한 노인놀이터 기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핀란드 전문업체, “60~81세 건강 증진에 큰 도움 결론”

이날 포럼에는 유럽 전역에 1000개 이상의 노인놀이터를 건설한 핀란드 전문업체(LAPPSET) 페이 루(Fei Lu) 대표가 참석해 핀란드의 노인놀이터 사례를 소개했다. 핀란드 놀이터·운동기구 제작사인 ‘LAPPSET’은 지난 10년간 시니어 스포츠 콘셉트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이 업체에 따르면, 노인놀이터를 통해 미취학 아동과 60~81세 노인을 대상으로 근육의 작용과 운동발달을 측정한 결과 체중조절과 만성질환, 신체능력, 수면, 심리, 뇌건강 등에 도움을 준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업체는 노인놀이기구 개발을 위해 구상 단계부터 이용 당사자인 노인들은 물론 대학, 지역유치원, 물리치료사와 같은 전문가들이 참여시켰다. 놀이시설들은 높이를 낮추고 안전한 환경에서 다목적 운동이 가능한 기구로 만들어 노인과 아이들이 같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노인놀이터 다목적 운동, 낙상사고 15~60% 줄인다

노인을 위한 운동은 빠르고 반복적이며 경쟁을 유도해야 효과적인 일반 운동과 달리 ▲느린 동작 ▲자연스러운 동작 ▲신체 균형, 조정력, 행동추적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어야 한다. 따라서 운동기구도 이러한 특성에 맞게 제작됐다.

특히 핀란드를 비롯한 스페인,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는 물리치료사들이 노인에게 운동지도를 하고 있고, 익숙한 환경에서 올바른 운동기구를 사용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필란드 유바스큘라 대학의 연구결과, 체육관에서 진행되는 운동은 낙상사고나 부상 방지에 있어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낙상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특정 근육에 집중해 다방면으로 강화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노인놀이터에서 진행되는 다목적 운동은 80세 이상 노인의 낙상사고 위험을 15~60%까지 줄일 수 있었다.

핀란드 보건복지연구소는 노인놀이터를 중심으로 예방활동을 위해 1유로를 투자하는 것이 10유로의 비용절감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시니어놀이터 조성을 위한 공간확보가 가장 큰 관건이다. 사진=lappset.com

독일·영국, 2000년대 중후반부터 노인놀이터 도입

독일 뉘른베르크시는 2006년 당시 호르스트 포어더 부시장의 제안에 따라 최초의 노인놀이터가 조성됐다. 호르스트 부시장은 “홍콩에서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야외공원에서 타이치(태극권)로 심신을 단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독일 노인들도 사교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인놀이터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뉘른베르크 시당국은 노인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지키고 무료한 일상에서 탈출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노인놀이터 계획을 추진했다. 노인놀이터에 정신건강에 좋은 체스게임과 여러 종류의 카드게임, 보드게임을 도입했고, 활동적인 여가생활을 원할 경우 러닝트랙을 달리거나 배드민턴을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영국 맨체스터(Manchester)도 2009년 60대 이상 고령자들을 위한 ‘노인 전용 놀이터’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 지역 노인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안전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전용 놀이기구가 마련된 것. 놀이터에는 노화로 굳어진 신체부위를 자극시키는 각종 놀이기구가 마련돼 노인들의 건강에 효과적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놀이터를 지은 맨체스터 지역주민회는 노인들의 약해진 근력을 보강하고 점차 줄어든 활동량을 늘려주기 위해 스텝퍼(stepper)와 평행봉을 응용한 그네와 시소를 설치했다. 특히, 노인 전용 놀이터 인근에 어린이 놀이터도 함께 마련해 노인들이 손자·손녀가 뛰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수년 전부터 시니어 건강놀이터 보급나섰다

유럽과 일본은 고령사회를 맞으면서 놀이터가 활기를 띠고 있다. 놀이터를 시니어와 아이들이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시니어들은 일상에서 신체 곳곳을 움직이며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과는 대비된다.

의학적으로 소아나 시니어는 그 나이에 맞게 해야 할 운동이 비슷하다. 근육과 운동 신경이 감소하는 60대 이상 연령층이나, 이 같은 운동능력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소아들은 유연성과 평형감각을 높이는 운동이 필요하다.

일본은 수년 전부터 시니어를 위한 건강 놀이터를 만들어 곳곳에 보급하고 있다. 시니어를 위한 놀이터에는 오십견에 시달리는 세대를 위해 팔꿈치나 어깨의 움직임이 유연해지도록 하는 운동 장비가 마련돼 있다. 손가락 조작을 섬세하게 하는 기구를 두거나, 굽은 척추를 펴주는 운동을 할 수 있게 한다. 하체의 균형감을 키워 낙상을 방지할 수 있도록 평형감을 키우는 노인형 평형대도 설치돼 있다.

유럽에서는 놀이터가 노인과 아이가 함께 운동하는 공간이다. 독일에서는 60세 이상도 이용할 수 있는 건강 놀이터를 만들고 있고, 영국은 이를 법제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원이나 산책로에 시니어를 위한 체육시설을 설치하지만, 시니어를 위한 체계적인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서는 공간 확보·명확한 기능 정의가 관건이다

노인놀이터가 갖는 효과에 대해서는 유럽 여러 나라에서 입증되고 있지만, 국내 도입은 다양한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가장 큰 과제는 공간확보다. 유럽이나 많은 국가들이 숲이나 녹지공원을 이용해 노인놀이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공간확보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도시재생이나 건물 재건축 과정에서 정원공간 확보를 통해 노인놀이터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노인놀이터에 대한 본질적인 역할과 가능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는 사전작업도 필요하다. 과거 농촌진흥청 중심으로 농촌의 노령인구를 대상으로 실버콘텐츠 개발이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프로그램보다는 기술시연 중심으로 진행돼 실패한 사례가 있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운영주체를 주민으로 설정하고, 협동과 소통, 의미 확산에 초점을 맞춘 운영원칙과 방안이 제시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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