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에서 임금을 감액하는 유형

[시니어신문=김형석 기자]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라 임금피크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일본의 제도를 들여온 것이지요. 우리나라보다 먼저 심각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1980년대부터 임금피크제를 논의했고,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제도를 들여다보면 우리의 실정에 맞는 임금피크제를 설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내용은 상당히 복잡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사의 합의입니다. 그리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취지를 잘 살려 고령근로자의 정년을 보장하고,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해 노동시장에 잔류하는 고령근로자가 증가하고 있다. ‘에코 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들도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자녀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단계에서 부모세대는 임금피크제로 노동시장에 머무는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2003년부터 일부 공기업에서 도입해 시행됐고, 대기업과 공기업을 시작으로 의무화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년제를 운영하는 상용 300인 이상 사업체 2만5000곳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운영하는 사업체는 54.1%(1만4000곳)이었고, 300인 미만 사업체는 21.5%였다. 국내에서도 임금피크제가 어느덧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임금피크제, 고령화 대책 일환

임금피크제의 원조는 일본이다. 1980년대부터 논의가 시작돼 200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현재는 전체 기업의 약 80%가 시행 중이다.

일본의 임금피크제는 고령화 대책으로 대두됐다. 이 제도를 ‘시니어 사원제도’로 통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80년대 급격한 고령화로 근로자의 고용기간 연장 필요성이 제기됐고, 정년을 순차적으로 65세까지 연장했다. 그 대신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줄여 기업 부담을 덜었다.

일본 기업은 대체로 임금이 최고조인 55세 전후에 근로자가 스스로 퇴직 시기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최장 한도인 65세 퇴직을 선택했을 경우 60세까지는 최고 임금의 70~80%, 60세 이후부터는 절반 수준을 받는 게 보통이다. 기업에 따라 운용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일단 퇴직 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는 등 회사마다 다른 제도를 운영한다.

일본의 시니어 사원 제도는 국내의 임금피크제 도입 양상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일본은 순전히 인구고령화 대책 차원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지만, 우리나라는 인구고령화 대책과 함께 청년실업 문제 해소 방원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단계적 임금 감소·경력 유지 방점

우리나라는 현재 정년연장형, 재고용형, 근로시간 단축형 등 3가지 유형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년연장형은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을 줄이는 방식이며, 재고용형은 정년퇴직 후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줄이는 방식이다. 근로시간 단축형은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은 그대로 두고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줄이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인데, 기업 특성이나 근로 현장에 따라 적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임금감소 제도를 운영하고 있을까. 일본의 임금체계 및 근로유지를 위한 제도는 6가지 유형으로 시행되고 있다.

첫째는 단계적 임금 감소와 함께 경력을 유지하는 유형이다.

일본기업들은 정년 60세 의무화 및 정년 65세 연장 권고 이후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장기 경력관리를 위해 임금 감소를 전면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임금피크제와 유사한 것으로, 다시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55~58세까지 15% 감액, 59세~60세는 10% 삭감하는 유형, 그리고 55세 이후 임금 인상을 정체시키는 유형 등이다.

예를 들어, A사의 경우 1995년부터 정년 60세가 도입됐지만, 57세부터 임금을 감소시켜 70% 수준으로 하향조정했다. B사는 55세부터 일반 인력의 경우 임금을 30% 감액하고, 60세 이후 재취업자는 시니어 사원으로 매년 재계약하는데 이때는 과거 임금의 15% 수준으로 감액한다.

직책임기·선택 정년제도 시행

둘째는 역직정년제를 통한 직책 경력정체·경력단절 유도 유형이다.

역직정년이나 직책 임기제도를 통해 직책수당, 직책급을 감소시켜 임금상승을 억제하면서 추가적인 경력개발이 어려운 중장년 근로자의 경력 정체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B사의 경우, 55세에 직책 임기제도를 운영, 일반적으로 부하가 없는 특임과장이 되며 급여는 30% 정도 감액된다. 직책을 없애면서 역할급이 자동으로 다운돼 55세부터 임금이 감소되는 것이다.

A사의 경우, 부장급은 50~52세에 직책에서 물러나 50%는 자회사 및 관련회사로 출근하고, 나머지 50%는 회사 내에서 고객대응업무를 담당하며 70%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셋째, 선택 정년제를 통해 자발적으로 경력경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유형이다.

일본 기업의 선택 정년제는 조기퇴직형, 정년퇴직형, 자사고용, 전적(轉籍)형 등 4가지로 분류한다. 자발적인 조기 경력경로 선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본의 T사의 경우 54세가 됐을 때, 50세 시점에서 다음 6가지 근무 형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첫째는 조기퇴직이다. 60세 정년을 기다리지 않고 퇴직하는 50세 이상 직원에 대해 퇴직금을 정상적인 금액보다 많이 지급한다. 60세까지의 기간은 연금도 지급한다. 둘째, 단축근무. 55~60세 기간에 주 4일 근무로 겸업도 가능하고, 이 기간의 급여상여는 80%를 지급한다. 셋째, 60세 정년퇴직. 넷째, 업무위탁 계약. 60세 정년 이후에 건물의 전기시설관리, 교육설치 등의 특정 업무에 대한 위탁계약에 따라 근무하는 형태다. 다섯째, 촉탁계약. 60세에서 65세까지의 기간에 촉탁 계약에 의해 근무하는 형태다. 여섯째, 파견 재취업. 60세까지 T사에 적을 두고 나중에 파견 대상으로 옮겨 65세까지 재취업으로 근무할 수 있는 방법 등이다.

우리보다 15년 앞선 시행타산지석

넷째, 전문가 트랙 경로 제공을 통해 핵심인력을 확보하는 유형이다.

중장년 근로자 중 전문적인 지식과 경력을 보유한 인력을 선발해 전문가 트랙 경력 경로를 제공함으로써 업무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숙련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A사는 55세 이후 리더급의 경우 스페셜리스트직과 엑스퍼트직 제도를, 일반직은 담당자 코스 운영을 통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발휘해 회사에 공헌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총 68개의 스페셜리스트 직무를 구비하고 자격요건과 선발을 거쳐 운영하고 있다.

다섯째, 자회사나 협력기업으로 전직시켜 다중 경력을 지원하는 유형이다.

현직을 유지하거나 전직을 통해 자회사 혹은 협력기업으로 이동함으로써 다중경력 형성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방법인데, 자회사 유형은 본사 업무를 일부 아웃소싱하거나 시설, 인력 등을 관리 또는 공급하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형태다.

A사는 136개의 자회사를 통해 50세 이상 간부급의 경우 약 70%가 전직이 가능한 상황이다. C사의 경우 연간 150여명을 130개의 출향처(거래처)의 요구에 맞춰 전직시키고, 임금을 보전해 준다. 60세까지 회사에 남아 있을 경우를 상정한 급여를 보전하는데, 이는 회사의 부담이지만 사회보장보험금 등 각종 부가적 보장금이 지원된다.

여섯째, 재고용을 통해 직무전환 및 복리후생형 기회를 제공하는 유형이다.

퇴직자를 복리후생 차원에서 재고용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는 방법이다. 건강상태, 조직문화 적용 등을 고려해 기존 직무와 적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단순업무 위주로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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